[이 음반]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 도니제티 '돈 파스콸레' 제네바 명연 DVD 재조명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12 06:23:42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벨에어 클래식(BelAir Classiques) 레이블을 통해 DVD로 발매된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걸작 오페라 부파 '돈 파스콸레'는 2007년 5월 스위스 제네바 그랑 테아트르에서 녹화된 영상물로 이탈리아 벨칸토 오페라의 마지막 걸작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백미는 노리나 역의 소프라노 파트리치아 치오피다. 이탈리아 출신의 치오피는 벨칸토 레퍼토리에서 탁월한 기교와 표현력으로 국제 무대를 석권해온 소프라노로, 경쾌한 콜로라투라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요구되는 노리나 역에 최적의 성악가로 꼽힌다. 돈 파스콸레 역의 베테랑 바리톤 시모네 알라이모는 풍부한 무대 경험과 코믹한 연기력으로 작품의 희극성을 극대화했다.
테너 노먼 샹클(에르네스토 역)과 바리톤 마르치오 지오시(말라테스타 박사 역)가 앙상블의 균형을 완성하며, 이들의 호흡은 벨칸토 오페라의 정수를 보여준다.
음악 감독 에벨리노 피도가 이끄는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도니제티 특유의 경쾌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1918년 창단된 스위스 로망드 오케스트라는 프랑스어권 스위스를 대표하는 명문 악단으로, 이탈리아 오페라 레퍼토리에서도 탁월한 연주력을 인정받아왔다. 제네바 그랑 테아트르 합창단은 정-리앙 우의 지휘 아래 작품의 앙상블을 풍성하게 채웠다.
1843년 파리에서 초연된 '돈 파스콸레'는 가에타노 도니제티(1797-1848)가 생애 말년에 작곡한 오페라 부파의 대표작이다. 조반니 루피니와 도니제티가 공동 집필한 대본은 늙은 독신남 돈 파스콸레가 젊은 과부 노리나와의 결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해프닝을 경쾌하게 그려낸다.
말라테스타 박사와 노리나의 계략으로 돈 파스콸레는 결국 조카 에르네스토와 노리나의 사랑을 축복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도니제티는 로시니를 계승한 벨칸토 기교와 낭만주의 서정성을 완벽하게 결합시켰다. 특히 노리나의 아리아 '저 기사의 눈빛'과 에르네스토의 세레나데 '이 얼마나 아름다운 밤인가'는 벨칸토 레퍼토리의 백미로 손꼽힌다.
다니엘 슬레이터의 연출은 전통적 시대 배경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가미했다. 프란시스 오코너의 세트와 의상 디자인은 화려한 색채와 기하학적 구성으로 작품의 희극성을 시각적으로 강조했으며, 브루노 포에의 조명과 니콜 통의 안무가 무대에 생동감을 더했다.
'돈 파스콸레'는 로시니의 '세비야의 이발사'(1816),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1832)과 함께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 부파의 3대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도니제티는 이 작품으로 18세기부터 이어져온 오페라 부파 전통에 벨칸토 양식의 정점을 새겼으며, 이후 베르디의 '팔스타프'로 이어지는 이탈리아 희극 오페라의 계보를 완성했다.
127분 분량의 이 DVD는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자막과 20페이지 분량의 해설 책자를 포함하고 있어 오페라 입문자부터 전문가까지 폭넓은 관객층에게 감상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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