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포체킨 형제의 모차르트, 협주적 대화로 풀어낸 잘츠부르크 시절의 정수!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09 09:51:00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핸슬러 클래식에서 발매한 미하일 포체킨과 이반 포체킨 형제의 모차르트 음반은 작곡가의 잘츠부르크 시절 협주곡 양식을 집약한 기획이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 K.219와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K.364를 결합한 구성은 1775년과 1779년 모차르트가 독주 악기의 가능성을 탐구하던 시기를 조명한다.
두 작품의 유기적 연관성은 명확하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 '터키풍'은 모차르트가 19세에 작곡한 5개 바이올린 협주곡의 정점이다. 3악장 론도에 등장하는 이국적 터키 풍 선율은 당시 유럽을 사로잡던 오리엔탈리즘을 반영한다.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대등하게 대화하는 이중 협주곡 형식으로, 모차르트가 파리 여행 후 만하임-파리 양식을 흡수해 완성한 걸작이다. 두 곡 모두 독주와 오케스트라의 균형, 화려한 기교와 깊은 서정의 공존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닌다.
미하일 포체킨(바이올린)과 이반 포체킨(비올라)은 형제 연주자로, 혈연에서 비롯된 음악적 교감이 이 음반의 핵심이다. 형제 듀오는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바이올린과 비올라가 서로를 밀고 당기며 대화하는 2악장 안단테는 형제만이 구현할 수 있는 친밀한 호흡을 보여준다. 미하일 포체킨은 바이올린 협주곡 5번 전곡을 연주하며 로버트 레빈의 카덴차를 통해 역사적 연주 관행과 현대적 해석을 접목했다. 그의 연주는 빈 고전파 양식의 우아함을 유지하면서도 기교적 화려함을 과시하지 않는 절제미를 드러낸다.
슈투트가르트 실내관현악단(Stuttgarter Kammerorchester)은 1945년 카를 뮌힝거가 창단한 독일의 명문 앙상블이다. 70년 이상 바로크와 고전 시대 레퍼토리를 전문으로 하며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해석의 기준을 제시해왔다. 실내악 규모의 편성은 모차르트 협주곡에 이상적인 투명한 음향을 제공한다. 현악 섹션의 균형 잡힌 사운드는 독주자를 압도하지 않으면서도 대화의 파트너로 기능한다.
모차르트는 이 두 작품에 서로 다른 성격을 부여했다. 바이올린 협주곡 5번은 외향적 화려함과 유희적 즐거움이 지배한다. 1악장 알레그로 아페르토의 당당한 주제, 2악장 아다지오의 깊은 성찰, 3악장 론도의 예측 불가능한 전환은 청년 모차르트의 상상력을 보여준다. 반면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는 내면적 깊이가 두드러진다. 특히 2악장 안단테는 모차르트 기악곡 중 가장 슬픈 악장으로 꼽힌다. E플랫 장조에서 C단조로의 전조는 존재의 고독을 암시한다.
두 작품의 배치는 모차르트 협주곡 양식의 진화를 보여준다. 협주곡 5번의 독주 바이올린 중심 구조에서 신포니아 콘체르탄테의 이중 독주 협주 구조로의 발전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관계에 대한 모차르트의 사유가 심화됐음을 드러낸다. 총 57분 46초의 연주 시간은 모차르트 청년기 기악 양식의 정수를 압축한다.
이 음반의 가치는 형제 연주자의 자연스러운 음악적 대화와 역사 깊은 실내악단의 전통적 해석이 만나는 지점에 있다. 모차르트가 잘츠부르크 궁정음악가 시절 탐구한 협주적 대화의 이상이 21세기 연주자들을 통해 생생하게 재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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