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유지태 "한명회는 영화의 척추"… 사료 속 인물 그대로 재현

이여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22 10:53:20

키 크고 잘생긴 권력자, 역대 한명회 중 가장 사료에 부합 유지태. 이주상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배우 유지태가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조선 초기 최고 권력자 한명회를 연기하며 극의 긴장감을 책임진다.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메가박스점에서 열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유해진, 박지훈, 유지태, 전미도, 김민과 장항준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명회는 이야기의 척추 같은 존재"

이날 유지태는 한명회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영화에서 한명회는 이야기의 척추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기존의 이미지와는 다른, 힘이 응축된 인물을 만들어보자는데 감독과 뜻을 모았다"며 새로운 한명회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유지태는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부담이 크지만, 악역의 기능성에 머무르기보다는 감정의 단계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연기에 임한 방식을 전했다.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사료에는 한명회가 '키가 크고 잘생겼다'고 기록돼 있는데, 유지태는 이제껏 한명회를 연기한 배우 중 가장 사료에 어울리는 외모와 존재감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키 큰 체구와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로 당대 최고 권력자의 위압감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이다.

역사의 기록 너머, 인간의 이야기를 담다

'왕과 사는 남자'는 1457년 강원도 영월 청령포를 배경으로,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 엄흥도(유해진 분)와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 단종(박지훈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다.

영화는 12세의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 수양대군에게 권좌를 빼앗긴 뒤 청령포로 유배돼 1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 단종의 비극적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정치적 격변보다는 유배지에서 한 인간으로 살아간 단종의 마지막 여정에 주목한다.

장항준 감독은 "작품을 준비하며 여러 역사학자의 자문을 받았다. 어디까지가 기록이고, 어디부터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했다"며 "실록에 남아 있는 문장들은 짧지만, 그 사이의 공백에는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행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권력과 인간애 사이, 역사의 행간을 채우다

영화가 전하는 핵심 주제는 권력의 냉혹함과 인간애의 따뜻함이 공존하는 역사의 이면이다. 한명회로 대표되는 권력의 세계와, 엄흥도와 단종이 만들어가는 인간적 유대가 대조를 이루며 극적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장 감독은 엄흥도 인물에 대해 "실록에는 '노산군(단종)이 돌아가셨을 때 엄흥도가 슬퍼하며 곡을 하고 시신을 수습한 뒤 숨어 살았다'는 정도만 기록돼 있다. 그 짧은 문장 속 감정을 영화적으로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유배지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왕과 신하, 권력과 백성을 넘어 '사람과 사람이 하루를 함께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집중한다. 단종을 그저 '비극의 아이콘'으로만 기능하지 않게 하고, 함께 숨을 쉬고 서로를 보듬는 존재로 그려낸다.

세대를 초월한 배우들의 앙상블

촌장 엄흥도 역의 유해진은 생계에 허덕이는 산골 마을의 촌장이자 유배 온 어린 선왕을 감시해야 하는 인물을 절제된 연기로 완성했다. 장항준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는 단계부터 엄흥도는 유해진을 떠올리며 작업했다. 인간적인 온기와 삶의 결이 묻어나는 얼굴이 필요했다"고 캐스팅 배경을 밝혔다.

단종 이홍위 역의 박지훈은 "자연스레 단종의 상황에 몰입이 됐고, 슬프니까 어떻게 표현을 해야지 특별히 생각하며 연기를 하진 않았다"며 "정통성을 가진 왕이지만 유배를 와서 홀로 궁녀 한 명과 앉아있는 단종의 모습과 느꼈을 감정에 자연스럽게 집중했다"고 연기 과정을 회상했다.

박지훈은 유해진과의 호흡에 대해 "선배님이 연기해주신 엄흥도라는 분을 보면서 영화 안에서 이홍위는 엄흥도와 눈을 마주친 순간 아버지를 보는 그런 슬픔을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더라"며 "너무 행복했었다. 지금도 너무 그리운 순간이라 다시 느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미도는 왕의 궁녀 매화 역을 맡아 단종과 함께 청령포로 유배를 온 인물을 연기했다. 전미도는 "영화의 첫 장면이 식음을 전폐하고 앉아 있는 이홍위의 모습인데, 그 눈빛만 봐도 매화가 어떤 심경일지 자연스럽게 연기가 나올 수 있었다"며 박지훈의 연기를 극찬했다.

특별 출연진까지 빛나는 조연 라인업

금성대군 역의 이준혁은 단종의 복위 운동을 주도하는 세력으로 극에 존재감을 더했다. 장항준 감독은 "금성대군은 실현되지 못한 정의를 품은 인물이다. 왕족의 기품과 이상을 동시에 표현할 배우가 필요했고, 이준혁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노루골 촌장으로 특별 출연한 안재홍에 대해서는 "특별 출연을 부탁하자 고민도 하지 않고 노루골 촌장 역할을 선택하더라. 유해진과는 또 다른 색의 촌장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김민 등 탄탄한 조연진이 극에 생동감을 더했다.

"한 인간의 시간을 함께 걸어본 느낌으로"

장항준 감독은 두 주연 배우의 앙상블에 대해 "두 분이 일상에서 현실에서도 영월에서 합숙을 하다시피 있었는데 현실에서도 유해진 씨와 박지훈 씨는 부자관계 같은 느낌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서로 아끼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게 눈에 보여서 정말 '내가 복 받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이 영화가 거창한 교훈을 주기보다는, 한 인간의 시간을 함께 걸어본 느낌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간절히 손익분기점을 넘어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밀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리바운드', '더 킬러스', '오픈 더 도어', '기억의 밤' 등을 연출한 장항준 감독의 신작 '왕과 사는 남자'는 2월 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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