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음반] 모차르트 초기 걸작 '베툴리아의 해방', 피터 마그의 정통 해석으로 재조명
이주상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5-12-11 12:45:28
[K라이프저니 | 이여름 기자]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1771년 불과 15세의 나이에 작곡한 '베툴리아의 해방(La Betulia Liberata, KV118)'은 천재 작곡가의 조숙한 재능을 증명하는 동시에, 18세기 징슈필 양식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메타스타시오가 쓴 대본에 음악을 입힌 이 2부작 신성극은 모차르트가 이탈리아 오페라 양식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었는지를 생생하게 드러낸다.
작품의 역사적 가치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첫째, 모차르트가 본격적인 오페라 작곡가로 성장하기 직전의 과도기적 작품으로서, 이후 '이도메네오'와 '돈 조반니'로 이어질 극적 감각의 맹아를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메타스타시오의 격조 높은 대본과 모차르트의 음악이 결합되어 계몽주의 시대의 종교적·도덕적 이상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문화사적 의미가 크다.
1990년 6월 이탈리아 파도바의 팔라초 과리니에서 녹음된 이 음반은 스위스 태생의 거장 지휘자 피터 마그가 이끄는 파도바 실내관현악단과 베네토 지역 연주자들의 협연으로 탄생했다.
마그는 모차르트 해석의 권위자로 평생 고전주의 음악의 균형미와 우아함을 추구해온 인물이다. 그는 이 음반에서도 과도한 낭만적 해석을 배제하고, 작품이 지닌 고전적 절제미와 극적 긴장감을 동시에 살려내는 데 성공했다.
파도바 고음악 센터 합창단과 파도바 실내관현악단은 지역에 뿌리를 둔 이탈리아 정통 앙상블답게 작품에 내재된 이탈리아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특히 관현악단은 18세기 양식에 충실한 투명하고 경쾌한 음색으로 모차르트 특유의 관현악법을 섬세하게 구현했다.
성악진 구성 역시 탁월하다. 유디타 역의 메조소프라노 글로리아 반디텔리는 극의 중심인물로서 영웅적 기품과 여성적 섬세함을 균형있게 표현했다. 테너 에르네스토 팔라시오는 오지아 역에서 고음의 찬란함과 극적 표현력을 겸비한 기량을 선보였다.
소프라노 린다 러셀(아미탈 역), 바리톤 페테리 살로마(아키오르 역), 카테리나 트로구 로리히와 사비나 마쿨리 등 조연진까지 모두 18세기 벨칸토 양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했다.
이 음반은 모차르트의 비교적 덜 알려진 초기 작품을 정통 해석으로 재조명함으로써, 천재 작곡가의 예술적 발전 과정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데논 레이블의 PCM 디지털 녹음 기술은 1990년대 초 수준으로서는 상당히 우수한 음질을 제공하며, 2CD 분량의 완전한 작품 전곡을 수록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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