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림] 도시의 빛과 반사를 포착한 포토리얼리즘의 거장, 리처드 에스티스의 'D-트레인'

고요비 기자

klifejourney2025@gmail.com | 2026-01-20 15:16:59

1988년 스크린프린트 'D-트레인', 뉴욕 지하철의 일상을 예술로 승화시키다! 리처드 에스티스의 'D-트레인'

[K라이프저니|고요비 기자] 리처드 에스티스(Richard Estes, 1932-)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등장한 포토리얼리즘(Photorealism) 운동을 대표하는 화가다. 일리노이주 키워니 출생의 에스티스는 시카고 미술대학에서 수학했으며, 1950년대 후반 뉴욕으로 이주해 상업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가 196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회화 작업을 시작했다.

에스티스는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가 지배하던 미술계에서 극사실주의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사진을 기반으로 하되 사진보다 더 정교하고 명료한 이미지를 캔버스에 구현했으며, 특히 도시 풍경의 유리창, 크롬 표면, 물의 반사 등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척 클로스, 오드리 플랙과 함께 포토리얼리즘의 3대 거장으로 꼽히며, 현재까지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뉴욕 현대미술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시카고 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 세계 주요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미국 도시 풍경의 시각적 기록자로서 미술사적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세 장의 보드에 구현된 정밀한 도시 풍경

1988년 작 'D-트레인(D-TRAIN)'은 컬러 스크린프린트 기법으로 제작된 대형 판화 작품이다. 세 장의 독일 뮤지엄 보드에 라미네이트된 이 작품은 이미지 크기 911 x 1832mm, 시트 크기 1067 x 1953mm로 거의 2미터에 달하는 파노라마 형식을 취하고 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돔베르거(Domberger KG)가 인쇄하고 뉴욕의 패러솔 프레스(Parasol Press, Ltd.)가 출판했으며, 125부 한정판 중 1번에 작가가 연필로 서명과 번호를 기입했다.

작품은 뉴욕 지하철 D라인 열차 내부에서 바라본 풍경을 담고 있다. 화면 왼쪽에는 맨해튼 브루클린 다리와 이스트 강, 마천루가 펼쳐지고, 중앙에는 다리의 철골 구조가 역동적으로 교차하며, 오른쪽에는 지하철 내부의 오렌지색 플라스틱 좌석과 갈색 좌석, 스테인리스 손잡이가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에스티스의 특징적 기법이 스크린프린트에서도 완벽하게 구현되었다.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외부 풍경, 창문에 비치는 내부 공간의 반사, 철골 구조의 기하학적 패턴이 복잡하게 중첩되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명료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늘의 구름, 강물의 색채, 건물의 창문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재현되었으며, 지하철 좌석의 플라스틱 광택과 바닥의 질감까지 사실적으로 포착했다.

부분 확대도에서는 작품의 정밀함이 더욱 돋보인다. 검은색 철골 구조와 하늘색 띠, 크림색 선이 대각선으로 교차하며 만드는 추상적 패턴은 스크린프린트의 평면성과 결합해 회화와 그래픽의 경계를 넘나든다. 각 색면이 정확하게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은 인쇄 기술의 정점을 보여준다.

리처드 에스티스의 'D-트레인(부분)'

1980년대 뉴욕의 시각적 기록

'D-트레인'의 핵심 가치는 일상적 도시 경험의 예술적 변환에 있다. 에스티스는 누구나 경험하는 지하철 통근 풍경을 선택함으로써 현대 도시인의 보편적 삶을 다룬다. 1980년대 뉴욕 지하철은 범죄와 낙서로 악명 높았지만, 동시에 도시의 생명선이자 다양한 계층이 만나는 민주적 공간이었다. 에스티스는 이러한 사회적 맥락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시각적 경험만을 포착했다.

작품의 구성은 매우 영화적이다. 움직이는 열차 창밖으로 펼쳐지는 파노라마는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며, 내부와 외부, 반사와 투명성이 동시에 존재하는 복잡한 시각적 레이어를 만든다. 이는 현대인이 경험하는 다층적 현실, 즉 물리적 공간과 반사된 이미지, 움직임과 정지가 공존하는 지각의 복잡성을 시각화한 것이다.

스크린프린트라는 매체 선택도 의미심장하다. 유화로 유명한 에스티스가 판화를 제작한 것은 기계적 복제 시대의 예술을 탐구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스크린프린트는 팝아트에서 대중문화를 다루는 매체로 사용되었지만, 에스티스는 이를 도시 풍경의 정밀한 재현에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술사적으로 이 작품은 포토리얼리즘이 1980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예술 언어였음을 증명한다. 또한 뉴욕이라는 도시의 시각적 아카이브로서 역사적 가치를 지니며, 21세기에 접어든 현재 시점에서 보면 이미 사라진 과거 뉴욕의 모습을 기록한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판화 시장에서의 높은 평가와 안정적 가격

리처드 에스티스는 현존하는 포토리얼리즘 작가 중 가장 높은 시장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그의 유화 작품은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며, 판화 작품도 상당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경매 전문가들에 따르면 에스티스의 스크린프린트는 크기, 주제, 제작 시기, 에디션 번호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D-트레인'과 같은 대형 파노라마 작품은 그의 판화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평가받는다. 2미터에 가까운 크기는 전시 효과가 뛰어나며, 뉴욕 지하철과 맨해튼 스카이라인이라는 상징적 주제는 국제적 인지도가 높다.

최근 경매 기록을 보면 에스티스의 주요 스크린프린트는 수만 달러에서 십만 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125부 한정판 중 초반 에디션 번호는 프리미엄이 붙으며, 1번과 같은 경우 특별한 가치를 인정받는다. 돔베르거의 인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아 작품의 기술적 가치를 높인다.

미술품 투자 측면에서 에스티스의 작품은 매우 안정적인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50년 이상의 경력과 주요 미술관 소장 이력, 미술사적 중요성이 가격을 뒷받침하며, 포토리얼리즘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수요를 유지시킨다. 특히 아시아와 중동 신흥 컬렉터들 사이에서 이해하기 쉽고 기술적으로 완벽한 포토리얼리즘이 인기를 얻으면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D-트레인'은 에스티스의 대표작 중 하나로, 뉴욕을 주제로 한 점, 대형 크기, 완벽한 보존 상태, 초반 에디션이라는 점에서 컬렉터들에게 매력적인 작품이다. 포토리얼리즘 컬렉션이나 미국 현대미술 컬렉션, 뉴욕 관련 작품 컬렉션 모두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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