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라이프저니|이여름 기자] 연상호 감독의 신작 좀비 스릴러 '군체'(Colony)가 21일 국내 개봉했다.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현지 관객의 7분간 기립박수를 이끌어낸 이 작품은, '부산행'(2016)과 '반도'(2020)에 이어 연상호 감독의 실사 좀비 영화 세 편 모두가 칸에 초청된 전례 없는 기록을 이어가며 개봉 전부터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다.
봉쇄된 빌딩, 진화하는 감염자…폐쇄 공간 서바이벌의 새 공식
영화는 서울 도심 초고층 빌딩에서 정체불명의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봉쇄된 건물에 고립된 생존자들이 끊임없이 진화하는 감염자들과 사투를 벌이는 폐쇄 공간 서바이벌 구조를 취하되, 전작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지점이 있다. 감염자, 즉 좀비 자체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20일 서울 용산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 겸 기자간담회에서 "이 작품은 내가 만든 영화 중 거의 처음으로 좀비(구교환)가 주인공인 영화"라고 밝혔다. '군체'의 감염자들은 브레이크 댄서, 스턴트맨은 물론 현대무용 팀까지 참여해 추상적 개념인 '집단 지성'을 몸으로 구현한다. 개별적으로 통제 불능 상태를 보이던 기존 좀비와 달리, '군체'의 감염자들은 알 수 없는 네트워크로 실시간 진화하며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인다.
"AI 시대의 집단 지성"…장르를 넘어선 철학적 메시지
이 설정은 단순한 장르적 변주에 그치지 않는다. 감독은 "인공지능이 보편적 사고의 총합 같은 느낌"이라며 "집단 지성이 모든 걸 지배하는 세상에서 가장 인간다운 것은 개별성"이라고 설명했다. '군체'의 감염자 집단은 AI 시대 집단 지성의 공포를 시각화한 메타포이며, 영화는 그 거대한 흐름에 맞서는 소수 개인의 연대를 이야기한다. 영화 속 주인공 권세정이 소수 의견을 낼 줄 아는 인물로 설정된 것, 엔딩이 '변이체'의 탄생을 암시하는 것 모두 이 주제의식의 연장선이다.
전지현 복귀·앙상블 캐스팅·IMAX…흥행 포인트 세 가지
흥행 포인트는 세 층위에서 형성된다. 첫째, 전지현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2015년 '암살' 이후 처음 극장 스크린으로 돌아온 전지현은 생존자 권세정 역을 맡아 관객이 복잡한 세계관을 따라가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 감독이 클로즈업 샷을 의도적으로 많이 사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둘째, 구교환·지창욱·신현빈·김신록으로 구성된 탄탄한 앙상블 캐스팅이다. 각 캐릭터는 겁쟁이, 위험을 자초하는 직업인, 관계를 생존보다 중시하는 인물, 신체적 취약성을 가진 인물 등 저마다의 결함으로 생존 앞에서 충돌하며 '인간 군상극'을 완성한다.
셋째, IMAX 상영을 포함한 극장 경험 특화 연출이다. 감독은 "극장에서 볼수록 즐길 수 있는 영화"라고 자평했으며, 점액질 비주얼과 독특한 좀비 액션은 대형 스크린에서 극대화된다.
칸 외신도 메시지 정확히 독해…글로벌 흥행 기대감 고조
칸 현지 외신 기자들이 AI·집단지성 등 영화의 메시지를 정확히 독해해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감독은 "어떤 나라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아주 보편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외신들이 확인해줬다"며 글로벌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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